백상의 파격적인 선택, 유재석이라는 ‘성역’을 지우다
2026년 4월 13일, 오늘 발표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예능 부문 후보 명단은 그야말로 업계에 거대한 폭탄을 던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SYNC SEOUL 매거진의 비평가로서 수많은 시상식을 지켜봐 왔지만, 이번처럼 ‘정치적 올바름’이나 ‘관성적 예우’를 완전히 배제한 리스트는 처음 봅니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지점은 역시 유재석의 부재입니다.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그가 예능상 후보 명단에서조차 사라졌다는 사실은, 백상이 이제 ‘국민 MC’라는 상징성보다 ‘콘텐츠의 혁신성’에 더 큰 무게를 두기 시작했음을 시사합니다.
비주류 의견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 백상의 결단을 높게 평가합니다. 유재석이 이끄는 ‘핑계고’나 최근 부활한 ‘냉장고를 부탁해’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후보에서 제외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연출적 미학의 부재입니다. 단순히 카메라 몇 대를 세워두고 출연진의 입담에만 의존하는 ‘토크형 예능’은 이제 백상의 ‘예술’이라는 기준점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술적으로 분석했을 때, 핑계고는 웹 콘텐츠의 문법을 따를 뿐 TV 부문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백상 사무국은 이번 명단을 통해 예능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서 촬영, 편집, 그리고 미장센이 완벽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유느님이 후보에도 없다니, 백상 기준이 대체 뭐야? 이럴 거면 대상은 누가 받나?” – 커뮤니티 더쿠 이용자 반응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예능을 영화의 경지로 격상시키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는 이번 시상식의 가장 강력한 주인공입니다. 시즌1이 서사의 힘으로 밀어붙였다면, 시즌2는 영상미적으로 압도적인 성취를 보여주었습니다. 촬영 감독의 시선에서 볼 때, 주방의 열기를 담아내는 슬로우 모션과 식재료의 질감을 극대화한 매크로 숏은 웬만한 상업 영화의 퀄리티를 뛰어넘습니다. 조명 설계 역시 캐릭터의 심리 상태에 따라 웜톤과 쿨톤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며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했습니다.
각본 측면에서도 시즌2는 영리했습니다. 단순한 대결 구도를 넘어 ‘장인정신’과 ‘혁신’이라는 테마를 충실히 구현해냈죠. 게으른 연출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악마의 편집’ 대신, 요리사들의 철학을 묵직하게 담아낸 연출자의 선택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 작품은 이제 예능이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오락거리가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과 서사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경쟁작인 ‘직장인들 시즌2’ 역시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하며 직장 생활의 애환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냈지만, ‘흑백요리사 2’가 보여준 기술적 완성도 앞에서는 한계를 보입니다.
“흑백요리사 2는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 수준의 미장센이다. 셰프들의 눈빛 하나하나를 담아내는 카메라 워킹이 예술이다.” – SNS 리뷰 중
감독 김연경의 등장, 코트 밖에서 보여준 연출의 미학
이번 후보 발표에서 가장 신선한 충격은 ‘우리들의 발라드’를 연출한 ‘신인 감독 김연경’의 이름입니다. 세계적인 배구 스타가 예능상 여자 후보와 신인 감독 후보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것은 한국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입니다.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김연경 감독은 스포츠 선수 특유의 승부욕을 연출에 이식하면서도, 출연진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경기 장면에서의 컷 분할은 기존 스포츠 예능의 교과서적 예시를 뛰어넘는 리듬감을 선사했습니다.
비평가로서 저는 김연경의 연출에서 ‘진정성’이라는 무기를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카메라 뒤에서 출연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며 가장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들의 발라드’가 보여준 서사 구조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특히 결말부에서의 감정 과잉을 억제한 편집은 신인 감독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되었습니다. 설인아, 이수지, 장도연, 홍진경 등 쟁쟁한 예능상 후보들 사이에서도 김연경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단순히 ‘출연자’를 넘어 콘텐츠를 설계하는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극한84’와 기안84, 리얼리즘의 끝단에서 마주한 날것의 힘
남자 예능상 부문에서는 기안84의 ‘극한84’가 단연 돋보입니다. 기안84는 이제 방송인이라기보다 하나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극한84’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연출된 리얼리티가 아니라, 카메라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 순수한 날것의 기록입니다. 연출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피사체의 움직임을 묵묵히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적 기법은, 시청자들에게 기묘한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관찰 예능’들이 보여주는 인위적인 설정에 대한 강력한 반격입니다.
하지만 곽범과 김원훈의 추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유튜브라는 뉴미디어에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TV 예능의 문법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특히 곽범이 보여주는 캐릭터 플레이는 연기와 예능의 경계를 허무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이서진과 추성훈이 전통적인 예능 강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면, 곽범과 김원훈은 ‘포스트 유재석’ 시대를 준비하는 신인류의 등장을 알리고 있습니다. 백상이 유재석을 제외한 자리에 이들을 배치한 것은, 이제 예능의 주도권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뉴미디어 감각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인정하는 꼴입니다.
“김연경 감독 데뷔작이 후보에 오른 건 이변이 아니라 실력이다. 우리들의 발라드 연출을 보면 배구할 때의 그 치밀함이 느껴진다.” – 방송 관계자 인터뷰
전통적 권위의 붕괴와 새로운 ‘프레스티지 예능’의 시대
이번 2026 백상예술대상 후보 리스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좋은 예능인가?” 그동안 우리는 익숙한 얼굴들이 나와서 익숙한 농담을 던지는 것에 만족해왔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시네마틱한 경험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핑계고’가 탈락한 지점은 바로 이 ‘시네마틱’의 부재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충분할지 모르나, TV라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예술성을 논하기에는 프로덕션 밸류가 부족했다는 냉정한 평가입니다.
반면 ‘흑백요리사 2’나 ‘극한84’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프레스티지 예능’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압도적인 자본과 기술력을 투입한 고품격 미장센으로, 다른 하나는 어떤 가공도 거치지 않은 순수한 리얼리티의 미학으로 말이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의 예능 제작 환경을 양극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히 웃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는 촬영 감독의 앵글 하나, 편집의 프레임 단위까지 고민하는 ‘작가 주의적 예능’만이 백상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레아의 최종 평결: 변화를 거부하는 자에게 자리는 없다
각본이 흔들리는 지점은 언제나 ‘안주일 때’ 발생합니다. 유재석이라는 거대한 이름 뒤에 숨어 비슷비슷한 포맷을 양산하던 제작진들에게 이번 백상의 후보 발표는 사형 선고와도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분석했을 때, 이번 후보군들의 공통점은 ‘도전’입니다. 배구 선수가 메가폰을 잡고, 요리 대결에 수십 대의 특수 카메라를 투입하며, 출연자가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과정에서 우리는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봅니다.
올해 백상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능의 정의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더 이상 예능은 드라마나 영화의 하위 장르가 아닙니다. 독자적인 미학적 체계를 갖춘 예술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상식에서 ‘흑백요리사 2’가 작품상을 거머쥐고 김연경이 신인 감독상을 받는다면, 2026년은 한국 예능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권위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백상은 명단을 통해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