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된 ‘신드롬’의 시대, 무엇이 진짜 남았는가
2026년 현재, 우리는 매주 새로운 ‘역대급’ 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지는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봅시다. 단순히 시청률이 높았다고 해서, 혹은 며칠간 SNS 타임라인을 점령했다고 해서 모두 ‘신드롬’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평론가로서 저는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아껴 쓰는 편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소비되는 것을 넘어 대중의 언어를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에 침투하며, 산업의 지형도를 뒤흔든 작품에만 허락되는 칭호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커뮤니티 더쿠(TheQoo)에서 1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최근 5년간 체감한 신드롬’ 리스트는 꽤 흥미로운 지점을 시사합니다. 네티즌들이 꼽은 리스트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부터 최근의 <흑백요리사>, 그리고 2025년과 2026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까지 포함되어 있죠. 기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파급력 사이에서 이 작품들이 어떻게 우리의 감각을 지배했는지, SYNC SEOUL의 시각으로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솔직히 지난 5년은 콘텐츠의 홍수였지만, 내 일상을 멈추게 한 건 딱 세 개뿐이었다. 우영우, 선업튀, 그리고 흑백요리사.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었다.” – 더쿠 이용자 댓글 중

첫 번째 궤적은 2022년과 2023년을 관통한 ‘사회적 담론의 확장’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더 글로리>는 양극단에 서 있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실 ‘소수자와 정의’라는 키워드를 대중문화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인식 연출의 <우영우>는 파스텔 톤의 영상미와 동화적 연출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무해하게 풀어냈습니다. 반면 안길호 연출의 <더 글로리>는 차갑고 건조한 미장센을 통해 학교 폭력이라는 사적 복수극을 미학적 단계로 격상시켰죠. 평론가로서 저는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가 보여준 문어체적 대사의 힘에 주목합니다. “연진아”라는 부름이 하나의 밈(Meme)을 넘어 분노의 표출 방식이 된 것은 각본이 가진 언어적 힘의 승리였습니다.
스크린의 역습: <서울의 봄>과 <파묘>가 증명한 극장의 존재 이유
OTT의 공세 속에서 영화계가 고사 위기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게 들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2023년 말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서울의 봄>과 <파묘>의 흥행은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체험적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숨 막히는 서스펜스로 재구성했습니다. 클로즈업 숏의 빈번한 사용과 빠른 편집 리듬은 관객으로 하여금 1979년 12월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압박감을 선사했죠. 이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결코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시네마틱한 경험이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파묘> 역시 기술적으로 매우 영리한 작품입니다. 오컬트라는 비주류 장르를 한국적 정서와 결합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연출자의 집요한 고증과 미학적 선택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에서 보여준 카메라 워킹과 편집은 압권이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 또한 관객의 청각을 자극하며 공포를 넘어선 경외감을 불러일으켰죠. 이러한 영화적 성취는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를 넘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이어지는 신드롬의 축은 ‘팬덤의 결집’입니다. 2024년 상반기를 휩쓴 <선재 업고 튀어>는 시청률이라는 지표가 더 이상 콘텐츠의 파급력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4~5%대의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체감 인기는 40%에 육박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를 ‘순수한 판타지의 복원’이라고 분석합니다. 이시은 작가는 타임슬립이라는 흔한 소재를 구원 서사와 결합해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정조준했습니다. 특히 변우석과 김혜윤이 보여준 케미스트리는 연출적 기교보다 배우의 아우라가 극 전체의 톤앤매너를 어떻게 결정짓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예시였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내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유일한 이유였다. 변우석의 눈빛 하나에 온 커뮤니티가 뒤집어지는 걸 보면서 이게 진짜 신드롬이구나 싶더라.” – SNS 반응 중
비슷한 시기 <눈물의 여왕>은 박지은 작가 특유의 화려한 대사와 김수현, 김지원이라는 톱스타의 연기력이 시너지를 내며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볼 때 이 드라마는 프로덕션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의상과 인테리어, 그리고 독일 로케이션의 영상미는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의 극치를 선사했습니다. 비록 후반부 각본의 전개가 다소 작위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순 없었지만,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그 틈을 완벽하게 메웠습니다.
예능과 음악, 일상이 된 문화적 현상들
콘텐츠 신드롬은 드라마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2024년 하반기 외식 산업 자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서바이벌 예능의 자극적인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요리’라는 본질에 집중한 연출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특히 미슐랭 셰프와 재야의 고수들을 대비시킨 구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장인정신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 이후 예약 플랫폼의 서버가 마비되고, 편의점 콜라보 상품이 완판되는 현상은 콘텐츠가 현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음악 분야에서는 에스파의 ‘Supernova’와 로제&브루노 마스의 ‘APT.’가 신드롬의 정점에 있었습니다. 특히 ‘APT.’는 한국의 술자리 문화를 글로벌 팝의 문법으로 재해석하며 전 세계적인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K-컬처가 더 이상 특이한 외래문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즐거움을 주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합니다. 탕후루 열풍 같은 식문화 트렌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짧고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숏폼 시대의 대중문화 소비 패턴이 반영된 결과물이죠.

이제 2025년과 2026년의 현재로 눈을 돌려봅시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왕과 사는 남자>와 <중증외상센터>는 장르물의 진화와 톱 클래스 크리에이터들의 귀환을 알리고 있습니다. 남궁민 주연의 <왕과 사는 남자>는 김희원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극 미장센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주지훈의 <중증외상센터> 역시 메디컬 드라마의 기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장르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죠. 이들은 과거의 신드롬들이 다져놓은 토양 위에서 더욱 정교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레아의 최종 평결: 신드롬은 결국 ‘공감’의 다른 이름
평론가로서 저는 지난 5년의 신드롬 리스트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결핍의 충족’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더 글로리>), 무해한 천재가 세상과 소통하길 응원하는 마음(<우영우>), 그리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마음(<선업튀>)까지. 대중은 자신이 결핍된 무언가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콘텐츠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애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상향 평준화된 촬영과 편집 기술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이제 대중은 단순히 스토리가 좋다고 해서 열광하지 않습니다. 조명의 온도, 프레임 내의 여백, 사운드의 질감까지 예민하게 반응하죠. 앞으로의 5년은 또 어떤 작품이 우리를 미치게 할까요? 분명한 것은, 단순히 유행을 쫓는 작품이 아니라 창작자의 고집 있는 미학과 대중의 보편적 정서가 만나는 지점에서 진짜 ‘신드롬’은 탄생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남는 건 좋은 이야기와 그걸 진심으로 전달하려는 태도인 것 같다. 5년 뒤에도 우리가 이 작품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진짜 클래식 아닐까.” – SYNC SEOUL 평론가 레아
여러분이 체감한 지난 5년 최고의 신드롬은 무엇인가요? 리스트에 없지만 나만의 인생작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평론가의 시선과는 또 다른 여러분의 뜨거운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스포일러는 주의해 주시는 센스, 잊지 마시고요!



